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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어려운 삶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힘이 돋보여
작성자 : bha1070   작성일 : 2018-02-05   조회수 : 2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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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삶이 비장애인을 부끄럽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이루어 낸 삶의 질이 비장애인에 비해 월등한 경우를 자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는 삼가 머리를 숙이며 장애인들이 만들어낸 감동에 젖어 오래도록 말을 잃고 말 수 밖에 없다.

 그렇다. 사람은 빵만으로 만족하는 삶만으로 살 수는 없다. 그것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다를 바 없다. 누구나 자기를 실현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바람이다. 송은일이 소장으로 있는 장애인자립센터 「문화날개」도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기초적인 기능 신장을 하는 데나 단순히 일감을 나누어 주는 곳이 아니었다. 「문화날개」라는 이름(명칭) 그대로 장애인이 보다 질 높은 문화를 수용함은 물론 그 문화를 창출하려고 노력하는 자립센터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그 차원에서 보면 「문화날개」가 지금까지 실행해 온 사업은 괄목할만하다. 장애인을 위한 문화 사업을 많이 한 것이다. 중국어 강좌, 영어 강좌, 글쓰기 강좌 등이 그 좋은 보기를 보여 준 사업이었다. 이번에 개최된 제2회 문화날개 백일장도 그런 뜻을 담아 치러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인정되어 마침내 「문화날개」는 장애인 자립센터로서 서울시 비영리단체로 승격이 되었다. 또한 '장애인 활동 지원 제공 기관'으로도 선정되었다.

 심사자들은 이 장애인자립센터 「문화날개」에서 실시하는 이번 백일장 현장에 직접 참석해 시종일관을 참관했다. 우리는 행사의 기획 면에서나 실제 추진 면 그리고 당일 행사의 개요를 살피면서 그렇게 업그레이드되어 승격된 까닭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행사 중에 임원이나 스텝들이 언어 구사를 하는데 있어서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조리 있게 스피치를 하는 데서라도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번 백일장에서 얻어낸 한 편 한 편 참가한 장애인드르이 작품을 읽으면서 가슴이 더욱 뭉클해짐을 느꼈다. 자신의 어려운 삶을 글속에 아름답게 녹여 승화시키는 힘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여기다가 운문부와 산문부로 나누어진 이 번 문화날개 백일장에서의 글을 쓰는 모습은 매우 진지했다. 앞이 안보여 구술하는 걸 옆에서 보조해주는 이가 대필하는 모습은 심사자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고, 지체 장애가 심해 옆에서 대필해 줄 수밖에 없는 경우도 가슴을 시리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진지했다.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써낸 감동적인 글들이 심사자들의 가슴을 아리게 한 것은 어쩜 당연하다.

 다만 이번 백일장에서는 장애인의 특성을 살려 운문과 산문을 함께 쓰는걸 인정해주었다. 어느 쪽 유형의 글이 먼저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는 배려적인 차원에서였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삶을 공유한다는 입장을 살려 함께 견주는 것은 아니지만 활동보조인 부문도 정해 글을 쓰는 걸 허용했다. 또 글쓰기방향을 제시해 주는 강의를 마치고 쓴 예비 백일장도 인정을 했다. 이렇게 문을 열어준 상태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어울려 살면서 장애를 극복해내는 동안 겪는 희로애락이나 어울림 그리고 보람을 주제로 하게 했고, 제목은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여 생산된 작품들은 모두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작성된 원고 한편 한편이 주옥같았다. 먼저 산문부에서 나온 지체장애 2급인 박미용의 산문 두 편이 눈에 띄었다. 바로 『별처럼 빛난 그대』와 『꽃이 진 자리마다』였다. 박미용의 글은 매우 사색적인 글이었다. 게다가 적절하게 구사한 언어 사용이 돋보이기도 했다. 언어의 절제성도 엿보였다.

 그 중에서도 『별처럼 빛난 그대』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아주 소박한데도 잔잔한 감동을 준다. '허벅지부터 발끝까지 착용하는 보조기를 벗으면 차디찬 것이 꼭 죽은 사람의 다리 같았다. 그 차디찬 다리를 시린 가슴으로 정성껏 만져주며 자기의 체온을 전해주는 남편의 시선이 따뜻하고 고마웠다.'고 피력하는 데서는 심사자들의 가슴을 울려 줄 수밖에 없었다. 심사자들은 이 작품을 운문, 산문 두 부문을 합해서 한 명만을 선정하는 장원 작품으로 뽑자는 데 바로 합의했다.

 다음으로 운문과 산문에서 초우수작이 각 한 편씩 두 편이 선정되었다. 먼저 운문부에서 뇌병변장애 5급인 김지희의 시 『나』가 먼저 거론되었다. 이 작품은 주제가 확연하게 드러난 가작이다.  간결하면서도 운율이 느껴지는 이 시는 장애인의 기원과 소망이 그리고 아픈 마음이 담겨 있는 삶을 극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또 산문부문에 내놓은 작품 『봉사가 아닌 소통』도 가작이었다. 김지희는 글쓰기에 기본이 갖추어져 있었다. 두 장르에 걸쳐 우수하는데서 심사자들의 눈길이 먼저 갔다는 점을 밝힌다.

 그리고 산문부에서 나온 지체장애인 3급 이미라의 수필 『숭실대에서의 4번 출구와 설렁탕집 아주머니』 가 또 주목을 끌었다. 장애인의 삶의 숨결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홈패션을 배우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문화날개」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숭실대입구역에서 내려서 겪는 애환과 출구를 빠져나와 점심으로 설렁탕을 사 먹는 장면 그리고 「문화날개」를 찾아가 소장과 국장을 만나는 이야기가 아주 리얼하게 전개된다. 구성도 무리가 없다. 산문부 최우수작으로 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그밖에도 운문부에서 박상규의 『어머니』, 황지윤의 『무지개』와 『반성』도 눈에 띄었고, 김수현의 『나의 만남』, 전성석『자립날개를 꿈꾸는 나』, 안홍경의 『나무』도 우수했다. 산문부에서는 이순애의 『나의 날개여!』, 김태영의 『언니와의 추억』, 김정은의 『부모님과 다녀온 행복한 여행』, 김유철의 『내가 살아온 길』, 배덕민의 『고마운 사람』도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글로서 표현하고 있었다. 앞으로 더욱 정진해 자신의 삶을 글로서 분명하게 표현하면서 스스로의 삶의 질을 높여가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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