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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아닌 소통
작성자 : bha1070   작성일 : 2018-02-05   조회수 : 2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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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가 아닌 소통

 

김 지 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간사)

 

 

 생각해보면 나의 첫 자원봉사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인 듯하다.

 남들과 약간 다른 자식을 둔 탓인지 타고난 성격 탓인지 우리 엄마는 동네에 혼자 사시는 어른들께 반찬을 만들어 보내드리곤 하셨다.

 내가 걷지 못할 때는 덩치 큰 나를 업은 채 반찬통을 들고, 시간이 흘러 내가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이후로는 내 손을 꼭 잡고 그러게 어르신들께 반찬을 가져다 드렸다.

 어르신 댁에 도착해서 엄마가 반찬을 정리하고, 간단한 청소를 시작하면 어르신들은 어린 내가 귀여우셨는지 엄마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는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고 과자도 사 주시는 등 살갑게 대해주시곤 하셨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들려주시는 옛날이야기와 더불어 따라오는 과자가 좋아서 엄마가 반찬 만드는 날을 기다렸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의 방법을 가르쳐 준 엄마덕분에 불혹을 바라보는 나는 살면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 어려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소통의 방법과 대화 이끌어가는 것들을 삶의 다양한 경험을 한 어르신들께 배웠으니 오죽하겠는가?

 세월이 흘러 대학에 입학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친구들과 자원봉사 동아리를 만든 일이었다. 우리가 만든 봉사계획서를 들고 KT&G 복지재단을 찾아가 협조를 요청하고 1년 동안 함께 봉사를 진행, 그 해 연말에는 재단에서 주는 상까지 받는 영광도 안을 수 있었다.

 현재도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매달 독거어르신을 찾아뵙고 말동무 및 집안청소 등을 해 드리며 그 분들의 경험을 듣고 내 고민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봉사? 나는 그런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까. 그게 당연한 거니까 하는 거다.

 간혹 그런 말들을 들을 때가 있다. '네 몸도 불편해서 힘든데 무슨 봉사냐고' 물론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그러면서 하게 되는 친구들과의 소통과 나의 작은 도움을 감사해하는 분들을 보면 시금치를 먹은 뽀빠이마냥 힘이 나니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장애인은 수혜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이 아직 깊은 줄로 안다. 이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의 삐뚤어진 생각이 아닐까?

 꼭 몸으로만 하는 봉사가 아니라 재능기부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의 소통과 봉사를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차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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